[단독] "인형 대신 값비싼 경품 열쇠 뽑기" 사행성 게임기 "몹쓸 서리"
[단독] "인형 대신 값비싼 경품 열쇠 뽑기" 사행성 제비뽑기방 입력 2021.06.17. 오후 7:1117일 부산 서면의 한 인형뽑기실. 인형뽑기에서 가위로 열쇠를 꺼내 사물함을 열어 고가의 경품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취업준비생 최모 씨(29)는 지난달 70만원 가까운 돈을 인형뽑기에 쏟아 부었다. 인형이 아니라 몇 십만원에 이르는 고가 전자기기를 빼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해 말 추첨을 시작한 최 씨는 현재까지 약 30만원어치의 게임기와 고가의 이어폰, 청소기 등을 골랐다.
부산 서면 등 도심 우후죽순 경품 1만원 이내 규정 위반
●30만원 상당의 진공청소기도 청소한다
[사설] 경찰, 사행성 조장 대대적 수사
취업난으로 아르바이트조차 구하지 못한 최 씨는 경품 대부분을 중고거래를 통해 생활비로 바꿨다. 그의 손에 들어온 돈은 반년 넘게 든 돈에 비하면 초라했다. 최씨는 "가진 돈이 없어도 비싼 경품을 보면 '딸 것 같다'는 생각에 서둘러 돈을 빌린 적도 많다"고 말했다.
미성년자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가 찾는 제비점이 사행성 도박장으로 변질되면서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제비점 업체를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관련법상 1만원 이내의 경품만 받을 수 있는데 시가 30만원이 넘는 경품까지 제공되고 있어 뽑기가 도박심리를 부추기는 도심 도박장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부산진경찰서, 17일 명라 밝힌 바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4일 부산진구 개금동 주민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무인 뽑기방에 고가의 경품이 걸려 청소년들에게 도박심리를 부추긴다는 민원이 구청과 경찰에 접수돼 수사가 시작됐다. 이 제비뽑기 업소에서 적발된 경품 금액은 모두 2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기계요금함 안에는 고객이 투입한 현금만 600만원에 육박했다. 경찰은 현재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해당 오락실 업주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행법상 뽑기는 1만원 이내로 규정돼 있으며 고액 경품의 1만원 이상은 불법이다. 부산 동부경찰서도 최근 동구내 제비뽑기 업소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뽑기 열풍이 거세지면서 뽑기는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전국 21곳에 불과했던 UFO 캐처룸은 2019년 2280곳으로 100배 이상 늘었다. 5평 내외의 공간에서 무인 중에도 운영이 가능한 만큼 소자본 창업에 유리하다는 것도 인형뽑기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인형뽑기의 인기에 힘입어 업주들은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액의 불법 경품을 구비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취재진이 찾은 부산 서면의 한 UFO 캐처룸에는 한 기계에만 시가 30만원 상당의 무선 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경품 16점이 진열돼 있었다. 인형뽑기 앞에서는 청소년부터 50대 중년까지 두 손에 지폐를 들고 뽑기에 열중했다.
사행성 조장은 청소년에게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김정은 부산울산센터장은 "청소년들이 용돈 내에서 놀이문화로 시작한 뽑기가 재판매 등으로 돈벌이 수단이 되면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사진=변은샘곽진석 기자 iamsam@busan.com


